디카 활용법
디지털 카메라 만난 지 2년 만에 전문가 경지에 오른 김지용씨가 공개하는 디카 열배 즐기는 비법 아는 만큼 보인다? 아니, 아는 만큼 즐긴다. ‘만인의 장난감’ 디카도 그렇다. 어떻게 하면 나도 즐겁고 남도 즐거운 디카족이 될까. 2년 전 첫 만남 이래로 디카 나라에 푹 빠져 살고 있는 김지용(27·동국대 지리교육과 4학년·www.geography.wo.to)씨가 비결을 공개한다. 김씨는 디카로 사진을 찍어 단행본·잡지 등에 싣고 있으며 <아기 사진첩 만들기>(컴퓨터매거진), <컴퓨터 확실히 배우기>(영진닷컴) 등 실용서들을 집필했다. 편집자 저는 디카 없었으면 ‘포토그라퍼’라고 박은 명함을 들고 다니지 못했을 거예요.
디카는 아무리 많이 찍어대도 필름값 안 드니 맘놓고 갖가지 실험들을 다 해볼 수 있잖아요.
제가 쓰는 카메라는 캐논 D30과 캐논 S30 두개죠.
여자친구가 사준 ‘보물 1호’ D30은 주말에 맘먹고 나설 때 쓰고요, 작고 간편한 S30은 주중에 항상 가방에 챙겨넣는 필수품이지요.
어떤 기종을 사야 하는지, 또 어떻게 찍어야 잘 찍을 수 있는지는 일단 생략하고(궁금하신 분은 인터넷 뒤지면 웬만한 궁금증 다 풀리고요, 그래도 모르겠으면 제가 쓴 책을 보세염 ∧∧;;), 필카에는 없는 디카만의 기능, 화이트 밸런스(WB)를 소개할게요.
몇 가지 기능 익히면 전문가 솜씨 발휘 많은 분들이 디카를 그저 똑딱이 카메라로 쓰고 있지만, 화이트 밸런스 정도는 알아두시면 정말 유익해요. 아마 사진 찍어보신 분들은 백열등 아래에선 노랗게 나오고 형광등 아래에선 푸르스름하게 나오는 경험 해보셨을 거예요. 빛마다 색온도가 달라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요. 필카는 원하는 색감을 얻기 위해 일일이 필터를 갈아끼워야 했지만 WB를 맞추면 돼요. 하얀 종이는 현장 조명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이니까 찍을 장소의 빛 아래에서 찍은 다음, 그것을 커스텀 WB 또는 수동 WB로 설정해 디카에 ‘이것을 기준으로 한다’고 약속하는 거죠.
백열전구나 할로겐램프로 노란색 조명이 많이 쓰이는 박물관에선 WB를 맞추면 아주 좋아요. 요즘 디카에선 WB 모드가 백열등·자연광·플래시 등으로 다양하게 나와 있어요. 이걸 역으로 이용하면 독특한 색감을 즐길 수 있죠. 만약 새벽에 사진을 찍을 때 푸르스름한 여명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다면 백열등 모드로 해주고, 노을녘 따뜻한 오렌지색을 표현하고 싶다면 플래시모드를 쓰면 됩니다.
디카가 필카보다 편리한 점이 또 있어요. 접사 기능이죠. 디카는 필카의 필름에 해당하는 CCD(Charged Coupled Device)가 필름 크기보다 작기 때문에 초점거리가 짧아 대부분 접사 기능이 포함돼 있어요. 필카는 접사 전용 렌즈를 써야 했지만 디카는 기능이 뛰어날 경우 접사 모드로 촬영하면 피사체에서 겨우 2cm 떨어진 곳에서도 찍을 수 있어요. 그래서 요즘 도서관에 가면 예전엔 스캔받던 이미지들을 직접 디카로 접사해서 찍어가는 학생들이 많아요. 잘만 찍으면 웬만한 저가형 스캐너보다 더 선명하거든요. 간단한 문서나 책, 메모 등을 접사 촬영할 때는 디카를 흑백 모드로 놓고 찍으세요. 컬러보다 이미지 용량도 적은데다 텍스트 식별에는 흑백이 컬러보다 더 쉽거든요. 또 사람을 찍을 때 인물만 또렷이 나오고 배경은 흐릿하게 만들고 싶을 때도 접사 모드가 효과적이랍니다.
아참, 셔터를 누르기 전에 알아두셔야 할 게 있어요. 어떤 방법으로 저장하느냐에 따라 화질이 달라져요. 물론 LCD로만 본다면 별 차이 없겠지만, 출력을 염두에 뒀다면 화질이 중요하잖아요. 보통 디카는 JPEG나 TIFF, 또는 가공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RAW라는 포맷이 있거든요. JPEG은 압축저장인 데 반해, TIFF는 무압축·무손실의 포맷으로 JPEG에 비해 8배가량 용량이 커요. RAW도 역시 무압축이지만 TIFF가 용량이 2배가량 더 커요. 만약 사진을 11×14 사이즈 이상 출력할 때는 반드시 무압축 포맷으로 촬영하고 저장하세요.
또, 절대 잊어선 안 되는 것. 올 여름 해변으로 가실 분들 잘 들으세요. 바닷가 바람은 카메라에 아주 해로워요. 바닷바람에 실린 염분은 카메라를 부식시키는 원인이 되거든요. 바캉스를 즐긴 뒤에는 반드시 약간 물기가 있는 천으로 카메라 안팎을 닦아서 염분을 없애준 뒤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줘야 해요. 디카 매뉴얼 읽어보신 분들은 매뉴얼 첫장에 ‘감전·폭발 위험이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보셨나요? 그거 괜히 겁주는 거 아니에요. 만약 물에 디카를 빠뜨렸다면 절대로 절대로 전원을 켜면 안 됩니다! 먼저 배터리를 제거해주고 밖의 물기를 닦아낸 뒤 수리점에 들고 가야 해요. 만약 비오는 날 찍고 싶다면 가장 좋은 건 방수 카메라 보호백을 쓰는 거지만 보호백도 꽤 값이 나가거든요. 좀 ‘없어 보이긴 하겠지만’ 랩으로 몸체를 감아서 들고 나가세요.
디카의 장점은 마구마구 찍어도 된다는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찍어대고 나서 정리를 안 한다면 이미지 쓰레기가 될 뿐이죠. 제 경우엔 주중에 500장가량 찍는데 주말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반드시 정리를 해요. 먼저 200~250장 정도를 골라 ACD SEE프로그램 등에서 자동으로 번호를 매겨요. 만약 2003년 7월1일에 다섯 번째로 찍은 것이라고 하면 03-07-01-05.JPG와 같은 식이죠. 번호를 붙이고 나선 폴더 하나에 몽땅 집어넣어요. 이 가운데서도 또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친구들에게 메일로 보내거나 앞으로 쓸 계획이 있는 것들은 따로 빼내고, 나머지는 모두 CD로 굽지요. 이게 끝이 아니에요. 한글문서 등으로 CD에 담긴 내용을 목록화하고, 또다시 CD의 전체 목록을 만들지요. 그러면 언제라도 필요한 이미지를 찾아 쓸 수 있거든요.
전자앨범이나 이미지뷰어 같은 프로그램들은 사진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도 있고 친구들에게 선물로 줄 수도 있답니다. 저는 올봄에 여자친구 조카의 유치원 졸업과 초등학교 입학을 기념해 전자앨범을 만들어주었어요. 플립앨범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는데 간단하더라고요. 좀더 신경쓰면 사진에 음악이나 설명을 쉽게 추가시킬 수 있고 표지도 예쁘게 꾸밀 수 있어요. 무엇보다 차르륵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 종이앨범을 넘기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요.
이제 디카 열풍이 중·장년층에게도 불고 있다죠? 모니터에서 보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 출력 기술이 나날이 늘고 값도 많이 내리고 있지요.
출력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진데 하나는 직접 프린터를 사용하는 것이고 하나는 온라인·오프라인 전문 출력 업체에 맡기는 거예요. 직접 프린터를 사용하려면, 일반 프린터에 사진 전용지를 넣어 쓸 수도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컴퓨터 없이 메모리카드만 집어넣으면 출력이 되는 포토 프린터가 가격대 성능비로 가장 합리적이에요. 전문 출력 업체에 맡기고 싶다고요?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게 ‘오피’(www.op.co.kr), ‘직스’(www.zzixx.com), ‘스코피’(www.skopi.co.kr) 등이에요.
‘이미지 요리’ 즐기고 간편하게 출력 출력하려면 꼭 알아둘 게 있어요. 일단은 모니터로 보았던 화면 색감과 출력물이 차이가 클 수 있다는 거예요. 스캐너·모니터·프린터 등 장치마다 제각기 설정된 값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 건데, 이런 차이를 최대한 줄이고 같은 색을 구현할 수 있도록 칼리브레이션(calibration)을 해줘야 해요. 칼리브레이션은 프린터와 모니터의 설정 프로그램에서 하는 건데 대부분 시행착오를 여러 번 거쳐야 감잡을 수 있어요. 또 인화업체에 맡길 때는 사용하는 카메라 기종에 따라 사진 이미지 비율과 출력 이미지 비율이 다를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출력업체에선 가로세로 4 대 3이라는 비율을 쓰는데, 카메라는 3 대 2인 경우죠. 이런 경우엔 이미지 풀 옵션으로 주문을 하면 여백이 생겨서 사진이 잘리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물론 사진 실제 크기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지요. 또 한 가지 방법은 인화 전에 잘라내기(crop) 기능을 이용해 먼저 사진을 자른 뒤 출력하는 겁니다.
디카가 나오면서 다들 ‘이미지 부자’가 됐어요. 그래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나만의 이미지’가 아닌가 해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니겠어요 즐겁게 찍고 꼼꼼하게 정리하고 지혜롭게 활용하세요. 그 과정 전체가 디카 리더가 되는 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