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오거리 8천원 점심, 파리바게뜨 브런치
4월13일 다음카카오 판교가고 첫 근무날.
다들 이사한 사무실은 휑- 하니 풍경소리가 뎅강뎅강...(은 아니지만) 빈 공간에 바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허전한 마음에 뭘할까하다가, 한남오거리 특집컨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한남오거리에서 8천원으로 뭘 먹을 수 있을까?" 특집!
왜 이런 주제인가에 대해서는 딱히 이유는 없다.
심지어 같이 먹을 동료들도 없는 상태에서 더욱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들이 없는 곳에서도 난 꿋꿋히 먹고 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랄까.
한남오거리는 분위기상, 음식값이 꽤 비싸다.
8천원은 사실 점심치고 비싸지만 그래도 이 정도가 마지노선인 것같다.
이보다 내려가면, 맛이 괜찮으면 배가 고프거나 역시나 맛이 별로이거나, 혹은 한남오거리의 느낌을 갖을 수 없다거나.
그래서, 정한 가격의 8천원.
8천원보다 낮은 가격은 당연히 오케이. 최대한 이선을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음식들을 찾아보기로했다.
첫번째 집은 흔하디흔한 <파리바게뜨>
위치도 쉽다.
한남오거리에서 언덕길로 30미터쯤 올라가면 길가에 보이니까.
밥도 먹기 싫고, 뭔가 깔끔한 집에서 가볍게 먹고 싶었다.
십년을 하루같이 먹던 회사 커피도 없어진 덕에 커피도 같이 먹고 싶었고.
가볍게,커피까지 8천원으로 먹을 수 있는 곳 정도를 생각하다 <파리바게트>를 들렀다.
이 곳은 은서소연과의 점심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는 추억팔이에 잠시 생각이 잠기며 메뉴를 보니 최저가가 8천원.
'아, 전에 먹었던 것은 11000원이었구나' 뒤늦게 떠올리며
오늘 가볍게 먹기로했기를 다짐, 8천원까지 최저가 메뉴를 주문했다.
최저가 8천원 인증. 그래도 커피까지 준다.
진동벨을 받아들고, 창밖을 보며 기다려서는 시간이 잘 안간다.
역시나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거 뒤적이니 금방 튜나크라상브런치가 나왔다.
받아가라, 부웅 부웅- (나이들 수록 셀프에 알러지가 남)
난 종종 '크로아상'이라는 아이에 놀라곤 한다.
분명 크로아상이라는걸 보고 시켰지만, 아마도 나의 하트는 샌드위치를 기대한 모양이다.
아마도 나의 심신엔 크로아상의 정체성이 정확치 못한게 분명하다.
동그란 접시에 알찬 구성 (빈틈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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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비벼진 튜나와 쌩양파, 상태 괜찮은 - 하지만 고가는 아닌거같은- 토마토로 채워진 크로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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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줌의 야채와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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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하게 잘 튀겨진 감자튀김과 크레마가 적당히 있는 커피.
쓰고보니 괜찮은데-
8천원에 이 정도 알찬 구성이면 괜찮은데-
분위기도 괜찮은데, 커피도 괜찮은데-
"또 갈래?" 라고 하면 NO.
크로아상 속의 재료들이 어우러진 느낌이 안나고
점심먹고 1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입안에서 양파냄새가 가시지 않는걸보면
양파를 조금 얇게 썰어 살짝 구워서 넣어줬다면 어땠을까 싶기도하고
튜나를 크로아상 대신 샌드위치로 만들어줬으면 질질 안흘리고 먹었겠지 싶기도하다.
하지만, 내 기억에 11000원짜리 메뉴는 좀더 만족했었다.
어쩌면 친구들과 같이 먹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좀더 풍성하고 좀더 맛도 있었다.
8천원에 커피까지 나오는 구성은 정말 감사하지만
조금 더 다리품을 팔아 호박식당 정식에 저가 커피를 구성하면 이보다 만족도는 높아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1층 매장에서 빵을 사서 2층 식당에서 수프와 커피를 주문해 먹는 편도 생각해볼만.
(단, 8천원이 넘을 가능성이 있다)
내일의 8천원은 어떻게 쓰지 생각하며 돌아오는 길.
텅텅 빈 식당들을 보니 판교로 간 동료들이 새삼 보고싶었다.
((돌아오는 길, 내가 상상하던 나의 뒷모습과 닮은 언니가 보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