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점장이 되고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고객들과 직원들을 감동시키고, 작은 한마디에도 변화하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변할 수 있는 기회들을 숱하게 만나는데.
너무 많은 기회들을 놓치고 사는게 아닐까.
(글이 좀 길지만 읽을만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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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외식업체 20대 점장의 성공비결…
“고객 무서운 것부터 배워야 한다”
“리더십 있으면 나이는 문제 안 돼”
글 서광원 기자 (araseo@joongang.co.kr)
요즘 ‘시장은 젊은이들이 잡고 있다’는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대로 잘 되는 시장에는 어김없이 ‘젊은 소비자’들이 북적거리고, 웬만큼 된다 하는 업체들을 보면 이들을 상대로 하고 있다. 당연히 시장의 키워드도 ‘20대’가 됐다. 사상 최악의 불경기라는 단어도 이곳에서는 햇볕에 누그러지는 추위처럼 그 매서움이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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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져 ‘젊은 소비자’에 대응하는 20대 점장들이 출현하고 있다. 실험적인 점포가 아니다. 서울 강남이나 명동 같은 최고 상권에 위치한 최고급 점포인 데다 월매출액 또한 평균 억대를 훨씬 넘어 수십억원대를 기록하는 곳이다. 점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20대 CEO’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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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최고 상권의 업체에서 잘 나가는 점장이 됐을까?더구나 그들은 경험도, 나이도 부족한 이들이 아닌가.「이코노미스트」는 잘 나가는 20대 점장 3명을 초청, 그들의 패기만만한 도전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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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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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와대 앞에 위치한 ‘진선북카페’에서 만난 그들은 일반적인 20대와는 달랐다. 아니, 20대 같지 않았다. 그들의 입에서는 40대 CEO들에게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들은 또 한결같이 “잃은 것도 많지만 얻는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 뭘 얻고 뭘 잃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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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불경기인데 여러분 같은 20대 점장들이 나오는 배경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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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이하 강):예전에는 사회적 연륜을 갖춘 분들이 사회를 이끌어갔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고객도, 직원도 젊어지고 있고요. 우리는 특성상 ‘빨리’라는 말을 써요. 뭐든지 빨라야 하죠. 그런데 나이가 있는 분들은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해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젊은 사람들은 아이디어도 많고 새로운 것을 해보겠다는 노력과 열정도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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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준(이하 박):그렇죠. 나이를 먹어갈수록 안정적인 걸 선호하게 되죠. 회사로서도 안정된 아이디어가 필요하지는 않을 테지요. 리더십만 있다면 나이는 문제가 안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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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현(이하 오):‘현장에서 2~3개월 지나면 문제를 고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런 거 같아요. 익숙해지면 (문제를) 못 보죠. 그러나 젊다는 건 그렇지 않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답은 항상 현장에 있죠. ‘해보고 좋든 나쁘든 결과를 내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말을 항상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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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본인들은 어떻게 해서 남들보다 일찍 점장이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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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 번 더 웃어주자는 생각이 통했다고 할까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대학로점에 있었을 때인데 본사 윗분이 ‘아내가 그러던데 네가 참 친절하다고 하더라’라고 칭찬을 해주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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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경우에는 밑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편이었어요. 아랫사람들을 많이 챙겨줬거든요. 그게 소문이 났던 거고. 지금도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잘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들이 결국 고객에게 잘 해줄 것이니까요. 제 역할은 그들을 잘 서포트(지원) 해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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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저도 고객서비스 부문에서 평가를 잘 받았습니다. 1999년 홍대3호점에 입사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을 때인데요. 어느 날 가족 고객을 맞았는데, 연로한 아버지가 돋보기가 없어 메뉴판을 읽지 못하는 거예요. 당장 안면이 있던 건물 경비 아저씨에게 달려가 돋보기를 빌려 드렸는데, 그걸 본 아들이 회사 사장님께 감사 편지를 썼더군요. 이후 모든 매장에 돋보기가 설치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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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례가 몇 개 있습니다. 오:저도 손님 위주로 일했죠. 다들 비슷한데, 재료가 떨어져도 다른 점포로 재료를 빌리러 가는 것은 금기시 돼 있잖아요. 판매 예측을 잘 못했다는 증거니까요. 그러나 저는 그런 게 하나도 두렵지 않았어요.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거보다 더 무서운 게 어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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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보상을 요구하는 젊은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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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처럼 시장이 젊은 세대들에게 장악된 적도 없는데, 현장에서 경험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특징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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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족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얼마 전 1985년생이라는 고객이 저한테 메일을 보냈는데, 제목이 ‘강은영 점주, 끝까지 똑바로 읽으십시오’였어요. 메일로 온 걸 A4용지에 옮기니 3장이나 됐는데, 매장에 들어오면서부터 나갈 때까지 일들을 구구절절하게 지적해 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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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회사로 보내면 곤란할 테니 개인에게 보낸다’면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보내라’고 했어요. 그걸 읽고 30분 동안 일어나지를 못했어요. 하루에 500명이 넘는 손님이 오는데 이 한 사람에게만 잘못한 건지 아니면 모두에게 잘못한 건지 헷갈렸거든요. 결국 두 시간 동안 A4용지 3장에 답장을 써서 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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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맞아요. 알뜰한 이들도 많죠. 강:항상 당당한 것도 특징이죠. 지불한 것, 그 이상을 요구하거든요. 특히 시간은 돈이라는 개념이 강합니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음식값이 아니라 내 시간을 보상해 달라고 하거든요. 어릴 때부터 시간에 쫓겨 살아와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항상 직원들에게 부탁하죠. 고객의 시간을 소중히 하라고요. 할인권을 갖고 와도 기성세대들은 주뼛거리지만 젊은 세대들은 당당하게 내밉니다. 요구가 명확하니 편한 점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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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세대들은 화가 나면 그 자리에서 삿대질하고 확 나가 버리는데 젊은 소비자들은 화난 것을 다 말하는 게 다르죠. 영화 ‘싱글즈’를 보면 화가 난 손님이 외식업체 매니저로 일하는 장진영의 얼굴에 돈을 확 뿌리고 나가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런 일이 많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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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부 고객이긴 한데요. 콜라 리필한다며 어떤 점원 앞에 콜라를 일부러 엎는 학생들도 있어요. 그 직원이 자기를 째려봤다는 거예요. 그래도 어쩝니까. 이 옷(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상 “죄송합니다”를 연발할 수밖에요.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이라 감수성이 예민해 울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도 받죠. 저는 저대로 화난 고객도 달래야 하고 직원도 달래야 하니 이중고일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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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저는 손님이 화를 내면 일단 말을 많이 시켜요. 어느 정도 화풀이를 하면 누그러지거든요. 그렇게 해서 마음이 열리면 이해를 구하죠. 아무래도 20대 점장에게 부족한 것은 리더십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여러분보다 나이 많은 직원도 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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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장 기본적인 것은 내가 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가 깨끗해야 해’라고 했다면 그곳이 깨끗하게끔 하는 거죠. 내가 청소를 하더라도 말입니다. 직원들이 나를 보고 ‘저 사람처럼 돼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좋은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생각만큼 쉬운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처럼 시작과 끝이 있다면 좋은데…. 사람을 대한다는 것은 끝나지 않는 싸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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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윽박지르거나 명령하는 게 아니라 아랫사람들이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리더십이 아닌가 싶어요. 개중에는 꼭 속을 썩이는 사람도 있죠. 배려를 되레 이용하는 사람 말입니다. 하다하다 안 되면 무시해 버리죠. 사실 리더가 잘 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는 초보도 다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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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그래요. 아르바이트생들이 가장 무서워요. 가장 냉철하게 저를 판단하고 있거든요. 그들에게 물어보면 어느 점장이 뭘 잘 하고 못하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잃은 건 추억, 얻은 건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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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가장 중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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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뢰죠. 인간성이든 기술이든 간에 저 사람한테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리더십이 생겨난다고 봐요. 대신 한 가지만 무너져도 와르르 무너지죠. 오:일단 이야기를 해보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신입인데 카운터에 앉고 싶어하면 조금이라도 앉아보게 합니다. 일단 해보게 한 다음, ‘정식으로 하려면 이런 걸 거쳐라’라고 말해주죠. 그러지 않고 ‘딴소리 말고 이런 걸 거쳐라’고 하면 포기해 버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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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저도 그렇게 합니다. 보기에는 쉬워도 잠 못 자는 일이 많거든요. 오: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해요. ‘야, 대단한데! 이거 누가 시켜서 한 거야? 아니면 알아서 한 거야?’ 이렇게 물어보고 ‘알아서 했다’고 하면 ‘야, 이거까지 생각하다니 점장 다 됐네’라고 칭찬해줍니다. 직원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가슴이 뿌듯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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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저는 화장실에 이런 글귀를 붙여놨어요. ‘칭찬을 받고 자라나는 아이는 칭찬을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우리도 칭찬받는 아이가 되도록 고객님들께서 도와주십시오’라고 말이죠. 제 이름과 휴대폰 번호도 적어놨어요. 사실 고객들의 칭찬이 중요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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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말 중요하죠. 예전에는 짜 놓은 조직도에 사람을 넣었다면 이제는 사람에 따라 조직도가 바뀌어야 하는 시대 아닙니까? 저는 불평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아요. 불평만 한다는 것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니까요. 직접 부딪치면서 해결하면 되는데 생각만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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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리더가 되고 나서 느낀 것은 방향감각을 잘 정해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사결정을 정확히 해서 업무를 분배해주고, 우리가 가야 하는 길,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해주는 거죠. 그게 정해지면 다음에 해야 할 일들이 좍 나오는데 그게 안 나오니 우왕좌왕하거든요. 결국 이 과정에서 신뢰를 잃는 것이고요. 힘들어서 그런지 세분 모두 결혼을 하셨는데요. 이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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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바닥에서 5년 있으면 친구 하나 없다고 해요. 친구를 만나는 주말·연말·휴가철이 모두 성수기거든요. 이제는 전화도 안 와요. ‘쟤는 원래 바빠’ 이러는 거죠. 나를 위해 투자할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서 이제는 쉬는 날은 쉽니다. 사람이 변했는지, 낙엽 보는 것도 신기해요. 박:(웃으면서) 말 안하는 걸 알게 되죠. 혼자 소주 마시는 게 이렇게 맛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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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저는 혼자 맥주를 사 들고 노래방에 가서 두 시간 정도 노래를 부릅니다. 스트레스가 많이 풀리죠. 강:제 나이 또래들이 하는 것들도 잃었죠. 명절 때는 친척집 가고, 겨울에는 겨울바다를 보는 등 ‘민간인’들이 하는 걸 잃었어요. 대신 얻은 것은 ‘나도 하면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이죠. 어딜 가더라도 기 안 죽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 말입니다. 박:저도 그래요. 소중한 경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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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다루는 법도 알게 되고요. 대신 아내에게 잘 못해주는 게 가장 마음 아파요. 오:저도 대가는 크지만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MBA 과정이라고 생각해요.4시간 동안의 대화에서 느낀 것은 이들이 20대의 패기에 원숙함을 더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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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의 장점을 잘 알았고, 그걸 활용하기 위해 하루하루 효율적인 자기관리를 하고 있었다. 앞서가는 그들은 뭔가 달라도 달랐다. 5년 뒤, 10년 뒤의 꿈도 벌써 준비하고 있었다. 한 번의 성공이 또 다른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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