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산악인 허영호씨가
TV에 나왔습니다.
뚝배기 같은 박영석, 어색한 엄홍길과는 달리
구수한 달변가이더군요.
그가 에베레스트 등반에 얽힌 고생담(?)을
몇가지 소개했습니다.
고산등반의 성패는 의의로
짐 꾸리기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생명과 직결돼있는 보호장비들을 갖고 가려면,
즉 살아서 내려오고 싶으면
다른 짐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죠.
치약 2개로 5명이 넉달을 버티는 건 그렇다치고
5명이 칫솔 단 한 개를, 그것도 반 잘라서 쓴답니다.
그것도 모자라
모자와 옷의 상표는 모조리 잘라내구요,
베이스캠프에 앉아서 내내 생각하는 것이라곤
‘어떻게 하면 짐을 더 가볍게 할까?’랍니다.
손톱, 발톱, 머리카락이라도 깎고 싶을텐데
그래도 이들이 꼭 한 병 챙겨가는게 있습니다.
젖먹던 힘까지 내서 겨우 목표지점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나면
다들 대장 얼굴만 쳐다본답니다.
“그래, 좋다, 한잔 하자.”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술판이 벌어지는데…
위스키를 소주잔 맨밑만 가릴 정도로 따라주면
그것을 입에 넣었다 다시 뱉었다 하면서
한시간 동안 거나하게(?) 취한답니다.
한 병의 위스키는 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의 목표를 달성한 우리 팀에게 베푸는
모두의 칭찬이요, 상급입니다.
인센티브는 풍족할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한 개의 칫솔을 써야 하고
한 모금도 안되는 술로 건배를 해야 하지만
우리 팀이 진짜 하나로 묶여있다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들의 가슴속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고야 말리라는 또렷한 목표와
우리 팀은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불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땅에 붙어사는 이들에게
이런 멋진 얘기를 해주려고
그들은 미친 놈 소릴 들으며
오늘도 산에 오르나 봅니다.
글쓴 이 : 이규창 코치
이번의 편지를 읽고는.. 몇가지 잡다구레한 생각이 듭니다.
인센티브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팀이 진짜 하나로 뭉쳐있다면! 이라는 대목에 조금 울컥해버렸다.
똘똘뭉친 팀웍은 인생에 만나기 힘든, 정말 드문 인연이긴하져.
그래서 바닥을 간신히 덮는 소주보다 중요할 수도 있죠.
하지만, 만약 산에서 내려온 팀장이 "자, 이번에 가장 등반을 잘한 누구누구에게는 포상금을 얼마를 준다"든지
하다못해 "이 사람을 다음번 등반팀장으로 임명하겠다"고 평가(?)의 잣대를 댄다면
그래도 상관없을까?
산 정산에서 똑같이 적은 소주를 나눠마실땐, 소주가 아무리 적더라도, 다시 뱉어내 마실 정도의 소주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거같지만
만약 소주가 아니라 좀더 현실적인 reward가 변별적으로 나눠질때는 결국 달라지지 않을까?
리워드에 민감한 팀원들을 팀웍으로 달래는건 한계가 있을게다.
정말 팀웍으로 고고씽할꺼라면, 팀원들은 공동의 목표로 동일하게 평가받고 동일하게 보상해야하지않을까.
'나, 요즘 > 일하고 꿈꾸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idsolution Test (0) | 2008.08.22 |
---|---|
34살의 생일, 시엄니의 생일상 (0) | 2008.08.05 |
2008년 여름, addy를 만나다 (0) | 2008.08.02 |
정은과 쏭, 아구찜 날다 (0) | 2008.08.01 |
변하고 있는가, 잘 변하고 있는가 (0) | 2008.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