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가, 여름 바닷가라니.
물을 좋아하지도 않고, 해변에 낭만이 있지도 않고, 심지어 국내 여행에 흥미가 없는 남편을 둔 집안으로서 여름 바닷가는 거의 간 기억이 없다.
회사 동료 가족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었으니, 이번에도 순수히 자의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네언니가 갑자기 주신 광복절 70주년 임시 휴일덕분에, 하루 먼저 떠나게 된 여행.
밀릴까? 밀릴꺼야. 맘 단디먹고 가자고. 라며 떠난 길은 하나도 막히지 않았지만 출발한지 20분만에 울렁대다 토해버린 꽃돌이의 토냄새가 발밑에서 솔솔 올라오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렇게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곳은 롯지밸로오션 (http://www.belocean.co.kr/main/main.php)
사이트에 있는 풍경만큼 끝내주진않았지만, 작지 않은 팬션규모에 놀만한 규모의 놀이터와 수영장. 그리고 멀리 보이는 바다가 보이는 순간에는 "우와"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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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까지는 그럭저럭 놀만한 놀이터 |
생각보다 큼지막하고 깨끗하고 시원한 수영장 |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아이들이 숙소부터 수영장과 놀이터를 혼자 돌아다녀도 딱히 걱정스러워보이는 않도록 한눈에 들어오는 규모라는 것, 그러면서 답답할 정도의 작은 규모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5세 꽃돌이가 혼자서 놀이터를 다녀와도 괜찮아보이는 그런 팬션인 것이 백점 만점에 90점.
5세와 11세가 한참을 놀아주신 수영장으로 말하자면, 괌/싸이판 PIC에 비할 수준의 물놀이는 아니지만, 엄마아빠의 놀아주는 수준 역시 그에 비할수 없게 편안한 정도이고 고작 큰 풀 1개, 유아풀 1개라지만 아이들은 충분히 즐겁게 놀아주는 것을 보면 괌과 싸이판은 사실 부모들의 자위를 위한 어떤곳은 아니었나 싶기까지도, 어쨌거나 굳이 뱅기 안타고 되지 않나싶다.
낮은 물없이 못살듯 덥지만 6시만 넘어서면 급격히 서늘해지는 날씨탓에 수영장은 6시까지.
조금 더 놀다보면 왜 6시까지만 수영하라고 했는지 몸으로 알게됨.
첫날의 기억은, 기대보다 괜찮은 밸로시안과 그 곳에서 우애를 다진 집돌이와 꽃돌이 두돌이들이다.
"형아가 닦아줄까?"
"응!"
항상 형아가 밉다는 꽃돌이도
항상 동생이 귀찮다는 집돌이도
바닷가에서는 왠지 서로에게 해줄일이 생기고 흔쾌해지는 모양이다.
샴푸를 보글보글 머리에 발라주는 동안 얼릉 귀를 막고 고개를 숙이는 아이를 보니
5년여를 사는 동안 머리감는 법을,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법을 잘도 익혔구나 싶다.
물론, 형아가 저리도 살뜰히 동생을 닦이는 이유에는
"동생닦기 200원"이라는 용돈이 붙어있기 때문이긴하지만
그 때문이라도 저렇게 둘이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건 엄마로서 울컥할 만큼 좋은 일이다.
첫날의 밸로시안이 자꾸만 괜찮았던 것처럼,
더 괜찮았던 것처럼 기억나는 이유는 사실 이 두녀석이 만들어낸 장면 때문인게다.
언제나 친하게지내길 바래.
(그리고, 이런 사진은 미안)
그 저녁, 어느 누구의 여행의 저녁들과 쌍둥이처럼 고기를 구워먹고 늦게까지 맥주를 까다 잠이 들었다.
둘째날은 새로운 팬션으로 가기로 했으니 말이다.
예약자가 말해줬다. 위성사진을 보니 바다와 가장 가까이 있는 팬션이라고.
그곳을 예약한 이유는 단지 그거라고.
'바다와 가장 가까이 있다'는건 대체 뭘까.
바닷가와 친하지 않은 나로서는 대체 알수가 없었다. 덕분에 호기심 상승.
호기심 상승에 힘받고, 갯벌은 1시까지라는 말에
휴가지에서는 있을 수 없는 7시 기상과 라면 아침, 그리고 야심찬 아침수영과 추위로 인한 급철수 등 다이하드한 오전스케줄을 마치고 두번째 팬션으로 출발.
후훗, 하지만 여행이란 예측불가능의 연속이라는 명언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첫번째 예측 불가능
바다와 가장 가까운 팬션은 11시에 입실이고 우린 11시에 이미 도착했으므로 먼저 갯벌로 가기로 했다.
갯벌,갯벌,갯벌-
갯벌은 피부에 좋은 부드러운 머드와 슬슬 돌아다니기만해도 바구니가득 게,새우,조개가 채워지는 보물같은 장소인줄 알았다.
두번째 예측 불가능
갯벌은 우리에게 무수한 땅파기만을 선사했다.
남편은 저런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걸 알고있다. 하지만 저렇게 쪼그려 땅파는 모습을 보니...새마을운동이 떠오르기도하고 이 역시 그네언니가 선물한 임시휴일때문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들었다.
이 척박한 갯벌에서 꽃돌이는 미역을 건져올렸고, 미역 라면을 끓여먹고 싶다고 종알댔고
우리 가족은 하늘높이 연을 날렸다. 광복절을 맞아........라고 하면 돌을 맞겠지.
연은 광할한 하늘이 있어야 날릴 수 있다. 서울에선 한강정도?
그래서 연을 사서 날린 기회는 한강과 인천 어디간 바닷가 그리고 이곳 세번정도이다.
바람을 쉽게 타는 독수리연이 높이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곳, 무거워서 아래로 길게길게 깔리며 나는 문어연이 둥둥 뜰 수 있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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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를 떠나, 드디어 팬션에 들어왔다.
정말 바다랑 가까웠다.
흠. 뭐랄까... 보통은 바다>모래>언덕>팬션 이런 구성이라면 이 곳은 바다>팬션 이런 구성.
그래서, 2층에서 통유리에서 보면 바로 바다가 펼쳐져보였다.
하지만, 난 피곤함에 정신을 잃었고 목이 아픈지도 모르고 소파에서 거꾸러져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아이들은 다른 가족을 따라 낚시터에...
집돌이는 낚시에 빠져있었다.
지루하지 않니? 라고 물었지만 낚시터와 한몸이 되어 오로지 한마리 잡겠다는 일념으로 앉아있었다.
(옆에는 이미 3마리 잡은 초등아가씨로 "오빠는 정말 심심했을거에요"라고 훗날 내게 살짝 일러줬다)
세번째, 예측 불가능
낚시는 나쁘지 않았던 것같다. (난 자고 있었으니 모르지만)
일단, 3마리 이상 잡히는 성과도 있었고 아이들이 생각보다 낚시에 심취하는 모습을 보여서 뿌듯하기까지했다는 전갈이다.
하지만, 뜻밖의 일은 어른에게서 일어났다.
낚시에 걸려든 작은 꽃게 한마디가 돌돌 말려올려지다 난간벽 계단에 떨어지는 바람에 호기롭게 주워오겠다는 일행이 바다에 빠져버린게다.
수영못하는 덩치큰 아저씨 하나.....허우적.허우적.
순간적으로 코메디였다가 바로 다음순간 악몽이 되면서 다들 소리만 질러대는 상황이 되고 간신히 살아나온 자는 피흘리는 다리와 기울어진 허리를 집고 나왔다. 하-----
여름 바다는 위험하다. 위험하고 위험하다.
겉으로 단단하고 반듯해보이는 돌계단이 사실은 물아래에 조개껍데기로 뒤덮긴 다른 계단과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자신하는 균형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언제든 집어삼킬 그런 계단을 품고 미끄러지기만을 기다렸던게 아닐까싶었다.
사고가 난 다음날 아침, 썰물로 인해 숨겨진 계단이 드러났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계단은 기다렸구나'
네번째, 예측 불가능
정상적인 저녁먹기는 글렀으므로 중국음식을 시켜먹기로 했다.
나쁘다 않다. 배들어오는 항구의 중국집은 짬뽕이 엄청날거야! 라고 위로하면서.
하지만, 토요일 저녁... 임시휴일로 이미 놀러온 사람이 가득찬 바닷가 중국집은 일찌감치 재료가 떨어졌다는 낭보.
아이들은 돈까스와 잔치국수로 주린배를 채웠고 어른들은 가까운 횟집에 모여 이상하게 달달한 맛이 나는 물회와 회덮밥을 시켜먹었다.
이 곳은 북한이 아니다. 안면도 여름휴가중이다.
심리적으로 조금 힘들었으니, 일찍 자기로한다.
북한은 전기가 일찍 끊어지니 말이다. 아니아니, 단지 피곤했을 뿐이다.
그렇게 두번째 날이 잠들었다.
이곳은 바다와 가장 가까운 숙소, 섬인섬 팬션 (http://www.inisland.co.kr/)
마지막날이 밝고, 우리는 또 갯벌로 출동한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팬션은 갯벌을 끼고 있다. 일명 돌갯벌.
우리는 무적의 가족여행군단이다. 갯벌의 트라우마도, 낙상의 아픔도 날려버렸다.
하지만, 집돌이는 낚시를 간다. 여전히 고기스코어가 0점이므로 아쉬움을 달랠길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제자 사고도 있고해서 과감한 난간걸터앉기같은 기술은 부릴수가 없다.
심지어 썰물때라 바다가 더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았고, 낚시줄은 더 흐느적거린다.
"저렇게 고기잡는 배들이 많은데, 고기들이 너한테는 안잡힐 것같아" 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딱히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우린 금방 털고 일어났다.
돌아와보니, 무적의 가족들은 돌갯벌 사이에서 뻘들판을 찾아 삽질 삼매경이다.
어딘지, 왠지, 어쩐지 어제의 갯벌의 데자뷰같은 기분이 들었다.
밝은색 크록스에 뻘이 스멀스멀 기어들어 씻고 싶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후훗.
그렇게 갯벌 삽질을 마지막으로, 3가족이 되버린 4가족 무적 여행단은 현지 굿바이를 나눴다.
같이 놀기엔 어설펐지만 자잘한 이야기꺼리가 많이 생긴 시간이었고
서로 못노는 사람이란걸 확인했지만, 그래도 나쁜사람들이 아니라는걸 확인했으니 다음기회를 기약하는걸로.
서울로 올라가는 길.
떠나자마자 20분만에 울렁대다 토해버린 꽃돌이의 토냄새를 다시 맡으며..
여행의 시작처럼, 끝을 마무리했다.
'토 안했으면 이상할 뻔했어,후후후'
백년만의 여름바다, 즐거웠어. 다음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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